영상 기획안 쓰는 법 - 제작사가 받고 싶은 기획안 (+양식)
영상을 맡기려고 업체에 연락하면 이런 답이 옵니다. "기획안 있으시면 보내주세요."
그런데 기획안이라는 게 뭘 어디까지 쓰라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검색해 보면 제작사가 발표용으로 만든 PPT만 잔뜩 나오고, 그건 발주하는 쪽에서 쓸 물건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 문서를 받는 쪽에 있습니다. 수백 건의 기획안과 브리프를 받아 왔고, 그중 어떤 문서가 일을 편하게 만들고 어떤 문서가 프로젝트를 산으로 보내는지 실물로 압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발주자 입장에서 뒤집어 정리한 것이고, 마지막에 빈칸만 채우면 그대로 기획안이 되는 양식을 워드 파일로 붙였습니다.

기획안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서 헷갈리는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발주처가 쓰는 기획안(브리프) 은 "우리가 이런 걸 만들고 싶다"를 정리한 문서입니다. 제작사에 건네는 출발점입니다.
제작사가 쓰는 기획안(제안서) 은 "그래서 이렇게 만들겠다"를 담은 문서입니다. 시나리오와 콘티, 예상 화면이 들어갑니다.
검색해서 여기까지 오신 분은 대부분 앞쪽이 필요하실 겁니다. 이 글은 앞쪽만 다룹니다. 뒤쪽은 저희가 만들어서 드리는 물건이고, 사장님이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꼭 들어가야 할 것
저희가 기획안을 받으면 실제로 눈으로 찾아 읽는 순서대로 적겠습니다.
1. 목적
가장 중요한데 가장 자주 빠집니다. "회사 홍보영상 제작"은 목적이 아닙니다. 그건 결과물 이름입니다.
목적은 이런 문장입니다. "채용 페이지에 걸어서 지원자를 늘리고 싶다." "전시회 부스에서 지나가는 바이어의 발을 3초 안에 멈추게 하고 싶다." "영업사원이 미팅 처음에 틀 수 있는 3분짜리가 필요하다."
목적이 다르면 같은 예산으로 완전히 다른 영상이 나옵니다. 이 한 줄이 나머지 전부를 결정합니다. 저희가 비용보다 중요한 단 한 가지에서 길게 다뤘던 이야기입니다.
2. 타겟과 시청 상황
누가 봅니까. "일반 대중"이라고 쓰지 마시고, 실제로 이 영상 앞에 앉을 한 사람을 묘사해 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 어디서 어떻게 보는지를 적어 주시면 좋습니다. 전시 부스에서 소리 없이 보는 영상과 유튜브에서 이어폰 끼고 보는 영상은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소리가 없다면 자막 설계부터 달라집니다. 이 칸이 비어 있어서 나중에 자막을 통째로 다시 넣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3. 핵심 메시지 한 줄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딱 하나만 기억한다면 무엇이었으면 좋겠습니까. 한 줄로 적어 주세요.
여러 개를 적으시면 하나도 안 남습니다. 3분짜리 영상에 메시지 다섯 개를 넣으면 시청자에게는 아무것도 안 남고, 만드는 쪽에서는 무엇을 버릴지 매번 물어야 합니다.
4. 톤앤매너와 레퍼런스
여기가 말로 하면 제일 안 통하는 영역입니다. "고급스럽게"는 사람마다 다른 그림을 떠올립니다.
형용사 세 개와 레퍼런스 링크 2~3개면 충분합니다. 다만 링크만 던지시면 안 됩니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누구는 색감을 보고 누구는 편집 속도를 봅니다. 링크마다 어디가 좋았는지 한 줄씩 적어 주시면 그 자리에서 방향이 잡힙니다. 반대로 "이런 건 싫다"는 예시도 똑같이 유용합니다.
5. 조건
분량과 형식, 활용 매체, 일정, 예산 범위. 이 넷은 견적을 좌우합니다.
특히 활용 매체를 처음부터 적어 주세요. 유튜브에만 올릴 영상과 전광판에도 걸 영상은 음원 라이선스 비용이 다릅니다. 나중에 "전광판에도 쓰고 싶은데요"라고 하시면 라이선스를 다시 사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예산은 범위만 적으셔도 됩니다. 밝히면 부르는 게 값이 될까 봐 걱정하시는 걸 아는데,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예산을 모르면 제작사는 어느 체급으로 제안할지 몰라서 안전하게 높은 안을 내거나, 뭘 뺐는지 모를 낮은 안을 냅니다. 자세한 건 영상 제작 견적서 보는 법에 적어 뒀습니다.
6. 의사결정자
실무자와 다 합의했는데 최종 결재자가 뒤집는 경우, 일정과 비용이 같이 무너집니다. 컨펌이 몇 단계인지,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문서에 한 줄 적어 두면 이 사고가 대부분 예방됩니다.
자주 나오는 실수
- 1목적 없이 스펙만 - '3분, 4K, 드론 포함'은 있는데 왜 만드는지가 없으면 껍데기만 나옵니다.
- 2메시지를 다섯 개 넣기 - 하나도 안 남습니다. 하나만 고르시고 나머지는 버리세요.
- 3레퍼런스만 던지기 - 링크 다섯 개보다 링크 두 개에 한 줄씩이 낫습니다.
- 4비현실적 일정 - 기획·촬영·편집을 합쳐 최소 4~6주는 필요합니다.
- 5담당자만 아는 정보 - 사내에서 당연한 용어와 사정이 제작사에는 안 보입니다. 아는 것을 적어 주세요.
기획이 현장에서 어떻게 되는가
기획안에 적힌 한 줄은 현장에서 이런 모습이 됩니다.

"따뜻한 느낌"이라고 적으신 한 줄이 조명 세팅으로, "소리 없이 본다"가 자막 크기로, "3분"이 촬영 일수로 번역됩니다. 기획안이 구체적일수록 현장에서 헤매는 시간이 줄고, 그 시간이 곧 예산입니다.
그래서 기획안을 잘 쓰면 견적이 내려갑니다. 제작사는 불확실한 부분마다 여유 비용을 얹기 때문에, 문서가 명확할수록 그 여유분이 빠집니다.
기획안 양식
아래 표를 그대로 채우시면 기획안이 됩니다. 문장을 다듬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르는 칸은 "미정"이라고 적어 두세요. 비워 두는 것보다 낫습니다. 미정이라고 적혀 있으면 저희가 먼저 묻습니다.
| 항목 | 이 칸에 적을 것 | 내용 |
|---|---|---|
| 왜 만드는가제작사가 제일 먼저 읽는 칸 | ||
| 프로젝트 목적 | 이 영상으로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지 | |
| 성공 기준 | 무엇을 보고 잘 됐다고 판단할 것인지 | |
| 누구에게타겟이 바뀌면 같은 예산도 다른 영상이 된다 | ||
| 타겟 시청자 | 실제로 이 영상 앞에 앉을 한 사람 | |
| 시청 상황 | 어디서 어떤 상태로 보는지 (소리 유무 포함) | |
| 무엇을내용의 범위를 정하는 칸 | ||
| 핵심 메시지 한 줄 | 이것 하나만 남는다면 무엇인지 | |
| 꼭 들어가야 할 것 | 제품·인물·장소·수치 등 | |
| 넣지 말아야 할 것 | 금지 표현, 노출 불가 항목 | |
| 어떻게 보이게말보다 링크가 정확하다 | ||
| 톤앤매너 | 형용사 3개로 (예: 담백한·따뜻한·빠른) | |
| 레퍼런스 2~3개 | 링크와 함께 어디가 좋았는지 한 줄씩 | |
| 피하고 싶은 레퍼런스 | 이런 건 싫다는 예시도 똑같이 유용하다 | |
| 조건견적을 좌우하는 칸 | ||
| 분량·형식 | 러닝타임, 화면 비율, 파생 버전 유무 | |
| 활용 매체·기간 | 유튜브 / TV / 옥외 · 몇 년 | |
| 일정 | 시사일, 납품일, 행사·오픈일 | |
| 예산 범위 | 정확한 금액이 부담되면 범위로 | |
| 의사결정자·컨펌 단계 | 최종 결재자가 누구이고 몇 단계인지 | |
.docx · 업체에 그대로 보내셔도 됩니다
빈칸 몇 개는 채우다가 막히실 겁니다. 그게 정상이고, 오히려 그 지점이 제작사와 먼저 얘기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 쓰신 다음
기획안이 정리되면 그다음 문서로 넘어갑니다. 공공기관이나 관공서 발주라면 조항 형식의 과업지시서가 필요합니다. 영상 제작 과업지시서 작성법에 공공용 템플릿을 따로 만들어 뒀습니다.
민간 발주라면 이 기획안을 그대로 여러 업체에 보내시면 됩니다. 같은 문서를 받은 업체들이 같은 조건으로 견적을 내기 때문에, 돌아온 견적서 세 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기획안을 쓰다가 막히시면 그 상태로 연락 주셔도 됩니다. 빈칸이 많은 문서를 받아서 같이 채워 나가는 것도 저희 일의 일부입니다. 1:1 제작 문의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